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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블록체인이 범죄자금 은닉에 악용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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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케이앤케이법률사무소 작성일20-01-16 23:04 조회9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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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의 다단계 사기 사건을 자행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감옥에서 몇 년 살고 나온 뒤 아무 문제없이 해당 재산을 마음껏 쓰며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면 어떨까요? 도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제도권 금융 기관을 이용해야 하는 종전 시스템 하에서 수천억원의 재산을 은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현금으로 출금하는 것도 해외 송금도 쉽지 않으며, 소위 ‘대포 통장’이라고 불리는 불법 대여 계좌를 사용하는 것에도 그 규모에 한계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거래 내역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고, 민사 상 계좌를 압류하는 등의 조치도 가능합니다.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자금 은닉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사기 사건의 범죄자가 구속되었을 때, 그 자금 상당수는 아직 체포되지 않은 공범이 보관하고 있거나 또는 지인 등에게 맡겨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기 사건의 공범들은 언제 압수될지 모르는 자금을 탕진해버리는 경우가 많으며, 지인들의 경우 구속된 범죄자를 배신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범죄자가 출소되었을 때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수확물을 온전히 향유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즉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이 피해 금액을 온전히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여하간 가해자가 잘 먹고 잘 사는 꼴을 보아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자금 은닉에 악용된다면?

하지만 만약 이 같이 범죄로 인해 벌어들인 재산이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 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면 1,000억 원을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사람이 이를 1억원씩 나누어 지인들에게 맡겨야 한다면, 일단 금융 거래 내역에 남지 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며, 하루에 두 명을 만나도 500일이 소요되게 됩니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수는 범죄자를 배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숙련된 블록체인 기술자를 고용하여 스마트 계약 1,000개를 만드는 데에는 1주일 정도 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징역 5년이 예상되는 사건이라면, 1,000여 개의 블록체인 지갑을 생성하여 해당 지갑 소유주에게 이를 5년 간 대여하고 5년 이후부터 이를 반환하는 코드의 작성은 매우 간단합니다. ① 전 세계 어디서든 국제 금융 거래 기관의 송금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도 출금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특성과, ② 타인 명의 계좌를, 현재 진행형으로 발생하는 보이스 피싱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일정 금액을 수령하는 데에만 사용한다는 점에서 현금화에도 훨씬 용이합니다. 만약 암호화폐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나 페이 등이 일상화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조금 더 우회하고 싶다면 고정된 메이저 암호화폐에 연동되는 토큰을 발행하고, 이 토큰에게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하면 됩니다. 현재 암호화폐의 가치는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프로젝트라고 해도, 이 프로젝트에 연동된 암호화폐의 가격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외형 상 사업장의 실질을 갖추고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토큰을 발행하여 과거 범죄 자금을 이에 대한 수익으로 포장한다면, 이를 잡아내는 것은 종전의 자금 세탁 방식보다 더 어렵습니다.
 

암호화폐로 자금 은닉하면 잡아내기 어려워

현재 사법 제도 하에 판검사들은 물론, 변호사나 회계사, 세무사들의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는 대부분 매우 낮습니다. 철 지난 바다 이야기 정도로 취급하는 수준입니다. 이와 관련된 민형사 사건을 담당해본 경험을 토대로 감히 말하자면,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은닉을 현제 법 제도에서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규모가 큰 사건을 예로 들었습니다만 1, 2억 원 정도의 적은 규모라면 피해자가 민형사상 조치로 불법적으로 면탈된 재산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암호화폐가 폭락한 것이 이를 대비할 시간을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암호화폐에 자산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분들이 많기에, 아직까지 그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는 자금 보관 수단으로 의구심이 더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테더나 스팀 달러와 같이 신용화폐에 그 일정 가치가 화체(化體)된 암호화폐도 분명히 존재하며, 또한 작년의 폭락장을 벗어나 암호화폐가 다시 상승장에 진입한 점을 고려할 때,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은닉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예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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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나 스팀달러는, 해당 프로젝트가 좌초되지 않는 한 1달러의 교환 가치를 보장한다


만약 암호화폐의 스마트 계약을 통한 자금 은닉이 일상화된다면, 법조인 양성 시험에서 빈번하게 출제되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 같은 것은 죽은 지식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제도권 편입시키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모든 기술에는 명암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처음 인터넷이 탄생하였을 때도, 수많은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렸으며, 이로 인한 피해가 구체적으로 발생한 이후에서야 컴퓨터 보안 업체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대형 사기 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게 되며, 피해자들의 가정이 파탄나거나 극단적으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이미 암호화폐는 도박 자금이나, 상속세 면탈을 위한 수단으로 빠르게 그 사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행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에 대한 정부의 외면이 큰 범죄 사건에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태도”가 되는 것은 아닐지 되짚어 보고, 이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제도권 내에 편입시키고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블록체인 매거진 디센터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s://decenter.kr/NewsView/1VLJT9IO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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