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 심신미약 인정 사례
- 분류 : 형사
- 작성일 : 25-03-09 15:41
- 조회 : 131
살인 사건 심신미약 인정 사례
어쩌다 보니 살인 사건이 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적은 나라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인 사건을 괘 많이 담당해보게 되었습니다. 살인 사건을 맡을 때, “왜 죽였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는 일은 상당히 흔합니다.
대부분 살인자들은 왜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는지 그 변호인에게도 솔직히 말해주지 않습니다. 한편 살인이라도 하여도, 계획적으로 목적(돈, 성관계 등)을 가지고 죽였는지 우발적으로 죽였는지, 살인에 있어 참작할 만한 경위(예시 자신을 침탈하려는 상대방에 대한 살인)가 있는지 따라 형이 천차만별이며, 살인이라는 범죄 특성 상 어떻게 변론하는지에 따라 다른 범죄의 총 형량보다 더 큰 형량이 더 더해지기도 하고 더 덜 해지기도 합니다.
이 사건에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구치소에서 접견하고, 그 사람이 쓴 ‘반성문’들을 읽으며 제가 느낀 것은 사람에게 사람의 온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이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언제 감옥에 나갈 수 있냐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게 일반적인 대다수 살인자들과의 차이였습니다. 아마 가족이 보내주었던, 예전 이 사람이 가족들에게 써서 보낸 편지들을 읽지 않았다면, 이 사람의 변호인인 저희들도 이 사람이 타고난 냉혈한이 아닐지 의문을 가졌을 것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뒤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여 차분하게 스스로를 체포하러 올 것을 권유하고, 평상 시에도 자해와 같은 행동을 하는 등 이상한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또한 살인 전후로 있던 일과, 이 사람이 가족에게 남긴 글들을 보면 정신질환으로 의심할 만한 점이 상당히 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압수한 휴대폰에 살인 계획에 대한 검색어가 발견된 것을 근거로, 계획 살인에 초점을 두었고, 심신미약 주장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였습니다. 특히 재판부가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데에는 과거 정신과 치료 이력이 매우 중요한데 당 소 의뢰인이 정신과 전력이 없었습니다.
정신과 치료 이력이 없었던 부분은 의뢰인이 개발도상국 태생이며, 이슬람교 신자가 많은 해당 국가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의 수가 적고 정신과 치료가 활성화되지 않았음을 밝혀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와 별도로 심신미약을 위한 정신감정을 하는 데에 있어 재판부는 구속된 피고인이 도주할 우려 없이 충분한 감시가 이루어지는 정신병원만을 그 감정 기관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신감정으로 잘 알려진 국립법무병원(공주치료감호소)은 남성 제소자들만이 있어 여성은 받지 않으며 용인정신병원의 경우 통역사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당 소는 국내에서 감금 수용이 원활히 이행되고 있는 정신병동의 리스트를 200개 정도 현출하여 재판부에 제시하였고, 동시에 피고인의 한국어가 능숙하여 통역사 없이 충분히 정신 감정을 받을 수 있는 점을 피력하여 결국 전문의에게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정신감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피고인이 검색한 살인 계획에 대한 검색어가 일견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 등을 인정 받아 최종적으로 법원으로부터 심신미약 감경 판단을 받을 수 있었으며, 검사 측에서 한국어로 진행된 정신감정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이 역시 항소기각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