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무죄
- 분류 : 형사
- 작성일 : 22-12-31 01:17
- 조회 : 1,491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무죄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채권 추심이나 부동산 경매 대금 전달이라는 착각 하에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 업무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왜 경찰은 취업 사이트에 게시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모집 공고를 모니터링하지 않는 것인지,
보이스피싱 같은 악질 범죄에 가담할 사람이라면 수거한 금원을 그냥 들고 도주하는 방법도 있는데 왜 10, 20만원 정도의 일당을 위해 스스로 신상정보를 여기저기 노출하며 행동하는지,
왜 해외에 있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은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지,
그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습니다.
사람을 죽여도 과실로 사람을 죽였다면,
마약을 해도 초범에 반성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집행유예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 실무인데,
보이스피싱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그 아젠다로 무고한 사람들을 일단 가두기부터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금융기관인 줄 알고 별다른 의심 없이 수천만원의 돈을 준 사람은 피해자이지만,
금융기관인 줄 알고 그 현금을 수거한 사람은 가해자로 지탄과 처벌을 홀로 감당하게 됩니다.
법조인이 되고자 형법전을 공부하던 젊은 시절 가졌던 믿음과 달리,
사람이 다루는, 사람을 다루는 형법에서는 억울한 사람이 감옥에 가는 일이 매우 흔하다는 걸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중략)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에 연루되었으나 다행히 무죄가 선고된 사건입니다.
2년에 가까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많은 증인과 현장증거을 제시한 끝에 결국 공소사실이 무리임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일단 기소가 된 피고인이 무죄가 나올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1, 2%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한 건만 현금수거를 해도 집행유예, 3, 4건이 넘으면 실형이 선고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 시국에서 좋은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한편으로는 억울한 사람이 몇 년 간 재판을 받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는 과정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수사기관은 대오각성하여 취업 사이트 등에서 현금수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공고를 원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엉뚱한 사람을 구속시키는 것으로 자신들의 소임을 다했다는 헛된 착각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당 소는 근시일 내에 보이스피싱 사건이 원천적으로 없어지길 희망하며,
이와 관련된 사건 수임도 전혀 반갑게 생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