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간 성폭행은 기본 형량이 7년 이상 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어 살인죄(5년 이상 징역)보다 형 하한선도 높고, 그래서 집행유예도 불가능하며, 죄의 명칭 자체도 끔찍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발발한 경위와 동기에는 그보다 더 끔찍한 점이 많았습니다.

가족이 다른 가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건입니다. 둘은 20년 가까이 왕래가 없었으나, 장기간 외국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귀국한 남자 가족 구성원에게 다른 가족 구성원인 고소인은 불현 듯 연락을 하였고 그러다가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 번 실수로 그쳐도 부족할 사건이었으나, 남자 측인 저희 의뢰인은 성 경험이 없었으며 오랜 기간 본 적이 없던 사람이라 혈육이라는 인식 자체가 희박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어가서는 안 되는 관계가 이어지게 됩니다.

사건 당일입니다. 재혼한 배우자와 심하게 다툰 후 방에 들어온 고소인은 저희 의뢰인에게 자신의 사정을 한탄하였고 그러다 다시 성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성관계를 가진 장면은 홈캠에 녹화되었으며, 성관계를 가진 즉후 기다렸다는 듯이 고소인의 재혼한 배우자가 방 안에 들어와 의뢰인을 쫓아내게 됩니다.

성관계 자체가 영상에 촬영되었을 뿐 아니라 고소인의 진술도 상당히 구체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고소인이 의뢰인에게 한국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말라고 요구를 하여 의뢰인이 한국을 떠나게 되는데, 이러한 경위를 수사기관은 의뢰인이 도주를 하였다고 생각하여 구속 영장 신청까지 검토 중이었습니다. 일단 구속이 되면 재판 전 단계에서 상황을 끝내는 것이 쉽지 않으며 설령 무죄를 선고 받는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구치소에 수감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당 소는 고소인이 의뢰인이 아닌 다른 제3자에게 상황을 설명한 증거를 획득하여, 고소인이 설명한 현장 상황에서 모순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특히 홈캠의 설치 경위와 목적 자체가 의문스러울 뿐 아니라, 수십 번 해당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한 결과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 삭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재혼한 배우자가 방 안에 들어온 이후 영상에서, 두 사람이 사전에 모의한 ‘연극’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까지 발견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동기를 밝힌 점이 유효한 전략이었습니다. 어떻게 다른 증거 없이 사람의 말만을 가지고 사실관계를 판단하는지 반문할 수 있으나, 법은 과거나 지금이나 물리적으로 모두 증명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자연과학이 아니며, 인간이 저지른 일을 인간이 판단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예전에도 그랬으며, 지금 역시도 다른 증거 없이 사람의 진술이나 증언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진술과 증언을 깨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사람이 거짓말할 동기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내는 것입니다.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죄로 판단된 성범죄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무고할 동기가 없다.”라는 말이 참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밝혀내야 합니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그러나 그게 피해자를 비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저 사람이 “꽃뱀”이다, 먼저 유혹했다는 식으로 막연히 비난하거나, 평소 문란했다거나 옷차림이 야했다는 식으로 소위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도 부족할 뿐 아니라 수사관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이는 무혐의 또는 무죄를 증명하지 못할 시 의뢰인의 형량을 가중시키는 위험한 접근법입니다.

저희 사무소는 이 사건에서 무고할 동기를 밝혀냈습니다. 기본적으로 의뢰인에 대한 비밀 준수 의무가 있는 변호사로서, 본 성공사례에서 모든 것을 밝혀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동기는 20년에 걸친, 지독할 만큼 아프고 서글픈 가족사에서 비롯되었던 것으로, 그러한 가정사를 모두 밝혀내기 위하여서는 의뢰인 및 사건관계인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법리를 가지고 다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주어진 사실관계보다 더 강한 법 이론은 없습니다.

그런 점이 주효했고 이 사건 고소는 불송치 결정(혐의 없음)으로 종결될 수 있었습니다.